35 년 전에 생화학 중간고사를 쳤다는 것은, 현재는 최소 55세 정도 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. 게다가 글의 카테고리도 '나의 기초의학 공부'다. 확실히 대학용 생물학의 기초는 맞긴 하지만, 그 기초라는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학생과는 사뭇 다르게 독특하셔서 이 글을 쓰게 됐다.
얼마전에 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의대 교수님을 뵙고 왔다. 그 분의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'끝없이 공부하는 사람'이었다.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보다도 10 배는 더 책을 보고,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그런 사람들이었다. 뿐만아니라, 그것들을 실천해보고 경험한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'교수'하는 사람들이었다. 대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연륜이 묻어나온 이유는 그것들을 정말로 해보고 나서 깨달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.
그런 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계신다. 그 의대 교수님도 초등학생 생물교양서에나 나올법한 '균형잡힌 식생활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'을 잠시 이야기해주셨는데, 그 근거는 그 분이 평생 공부하셨던 내용이 담겨 있었다. 그저 단순히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처럼 '고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'는 것을 다른 학자들에게 전문성있게 제시해주는 것이 교수님들의 역할이었던 것이다.
저 블로그의 주인장님도 그런 독특한 시선으로 대학 생물학을 바라보고 있으셨다. 나도 Stryer의 생화학을
세상에..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 곡선은 '고등학교 생물 I'에서 전부 다루겠지만, 설마 그 곡선으로 '헤모글로빈이 이타성을 가져서 모체로부터 태아까지 산소를 전달하는 것'이라 추측할 것이라는 인간의 관점까지 철학적으로 고민해볼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. 나같아도 헤모글로빈은 그저 산소를 옮겨주는
뿐만 아니라, 생물학의 이모저모를 두루두루 접근하는 그 태도가 사뭇 의대 교수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. 말 그대로, 전공 분야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전부 닿는대로 배우신다. 블로그 링크가 가리키는 게시물의 마지막에서 그 감정을 이입하는 자신에 대한 고찰과 동시에 인공지능과 영화 'Her'까지 나아가고 있다. 확실히 안드로메다까지 갔다.
그런데 옆 오피스의 교수님도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. '우주의 탄생부터 전자가 돌았잖아? 근데 지금도 돌고 있단 말이지.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전자란 말이야. 분자들도 결국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생긴 결합체고, 화학반응도 전자를 교환함으로써 일어나잖아? 근데 대체 전자는 왜 돌까? 어떻게 그렇게 돌고 있을까? 전자는 앞으로도 그렇게 돌까?'
할 말을 잃었다. 전자가 왜 도느냐고 물으신들,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. '전자는 그냥 돌고 있는 것 아닌가요?'라고 대답하기엔 너무 무책임하고, '에너지를 가졌으니 돌겠죠'라고 대답하기엔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빈약한 대답이 된다. 나도 그게 왜 도는지 딱히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. 이 쯤 되다보니 왜 박사 학위를 PhD라고 읽는지 알 것 같았다.
난 지금 석사생이다. 논문들을 읽다보면 한없이 느껴지는 자신의 무지함에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다. 전공책에 나와있던 내용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내용이었고, 왜 그걸 그 땐 몰랐을까 하며 후회하는 중이다. 실은 처음에 대학 교재를 접했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. '고등 EBS 교재나 학교 교과서는 이렇게나 쉽게 풀어서 써놓았는데 왜 대학용은 이렇게 불친절하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걸까?'라는 것이 불만이었다. 그런데 이젠 좀 눈치가 생긴다. 교과 전공서적으로 나온다는건 그만큼 전공지식을 깔쌈하게 정리해서 책으로 나온 것이란 사실을... 나는 그 이후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이미 다 읽은 일반생물학을 다시금 속독하곤 한다.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제일 탄탄할테니.
대학원생이어도 목표만큼은 교수님이다. 이렇게나 재미없고 외우는 것 투성이였을 생물학을 만담처럼 다루는 분들이 교수로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는다. 연구든 게임이든 공통점이라면, 재미가 있어야 오래 붙들고 늘어질 것 아닌가.
나도 떠들다보니 태양계 바깥까지 나가버린 모양이다. 암튼 재미있는 블로그를 발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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